바닷가에서 홀로 걸어 나와 맨발로 걷고 있던 나에게, 순간 반짝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야, ... 유리조각.
순간, 왜 이 좋은 카리브 해안에서 피를 봐야 하는 건지 억울했다.
'악. 바닷가에 웬 맥주병!' 내가 중얼중얼 불평을 뱉어내자 저 한구석에 앉아있던 강아지- 개 한 마리가 나를 찌릿, 쳐다보며 고개를 들었다. 녀석의 낮잠을 방해했나.
보통 강아지들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일어서든가, 고개를 돌리든가 하는데 이 강아지는 나를 아주 또렷이 쳐다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마치,
'여기는 내 구역이야. 구시렁거리려면 나가'라는 듯한 쿨한 눈빛! 아주 바르고 곧은 자세로 그렇게 나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
나는 발바닥에 피가 난다는 것도 잊은 채 이 강아지와 눈싸움을 주고받다가,
이 강아지님의 오롯한 자태와 묘한 배경색에 취해 미쿡 e-bay에서 무려 6불이나 주고 산 파노라믹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찰칵 소리가 나면 고개라도 흠칫하기 마련인데,
이녀석의 당당한 모습은 변함없다. 카메라를 치우고도 한참 눈을 부라렸다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래, You win! 그래도 다음엔 지지 않을 거다, 매력덩어리. (다음부턴 꼬박꼬박 샌달 신을께,흥)
Isla Mujeres, México